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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흔이 넘으셨고, 큰 병 없으셨고, 잠든 것처럼 돌아가셨다고 한다. 호상이라면 호상이고, 1년에 많아야 두어 번 뵈었던 것이 전부라 별다른 실감이 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돌아가셨다는 것, 두 번 다시 뵐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워낙 정정하셔서 백 살은 사실 줄 알았는데. 빈소를 지키는 일은 기본적으로 피곤하고 지루하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오늘의 엄마처럼 나도 언젠가는 고아가 될 거라는 사실을 자꾸 의식하게 되서, 그 점이 좀 슬프고 막막했다. 겨우 며칠 뿐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세상이 다 낯설고 이상해 보였다. 급박하고 중요해 보였던 여러가지 일들이 막을 한 겹 씌운 것처럼 좀 멀게 느껴졌다. 정말 묘한 기분이다. 사람은 진짜로 언젠가는 다 죽는구나.

by sarah | 2009/06/26 02:45 | not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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