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2일
2004.10.04
수영을 한 열흘 빼먹은 것 같다. 연휴라 계속 집에 내려가 있었고 몸 상태도 별로 안 좋아서 그냥 내리 쉬어 버렸는데 오랜만에 가니 조금 민망했다. 물에 풍덩 뛰어들어 간만에 물 속에 있는 기분을 즐기고 있는데, 같이 수영 강습 듣는 사람이, 오랜만이시네요-하고 말을 걸어왔다.
그동안 다른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주고받는 일없이 묵묵히 헤엄만 치고 끝나면 바로 샤워하러 나오곤 했다. 렌즈를 끼지 않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전혀 구분도 안가는데다, 스위밍수트 차림으로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건 상당히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거다. 지금까지는 기묘하게 어설픈 방식으로 집적대는 어떤 남자를 빼고는 다들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오늘은 오랜만이라 어색한 기분에 아는 척 해주는 게 조금 기뻤다. (게다가 그 기분나쁘게 구는 사람이 오늘은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편하고 좋았다.)
오리발을 끼고 자유형을 하니 무서울 정도로 속도가 난다. 몇 번 발로 휘적휘적하면 눈깜짝할 새에 25미터 풀 반대쪽 끝까지 와 있다. 뭔가 스스로 전지전능한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신 다리 근육이 빨리 피로해진다. 오리발을 신으면 물에 닿는 면적이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금새 숨이 찼다.
오리발을 벗고 자유형을 하니 몸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갑자기 왜소해지고 힘이 소진된 듯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느릿한 속도로 헤엄치면서 생각했다. 도구는 인간을 의존적이고 나약하게 만드는 걸까. 걸어서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시절에 살던 사람과 기차와 비행기로 오가는 사람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오늘도 수영을 마치고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귀에서 달그락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수영하는 것이 정말 좋다.
(20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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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싸이 미니홈피에 들렀다. 예전에도 거의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끔 일기장에 끄적이거나, 남이 찍은 사진을 퍼오거나 했다. 일기장을 들여다봤더니, 우와, 나 진짜 어두웠구나. 5년 전, 외롭고 쓸쓸하고 까칠하게 혼자 어둠 속에 서 있던 여자아이가 떠오른다. 그리고, 나 이제 이런 글은 다시 못 쓸 것 같아.
그동안 다른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주고받는 일없이 묵묵히 헤엄만 치고 끝나면 바로 샤워하러 나오곤 했다. 렌즈를 끼지 않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전혀 구분도 안가는데다, 스위밍수트 차림으로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건 상당히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거다. 지금까지는 기묘하게 어설픈 방식으로 집적대는 어떤 남자를 빼고는 다들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오늘은 오랜만이라 어색한 기분에 아는 척 해주는 게 조금 기뻤다. (게다가 그 기분나쁘게 구는 사람이 오늘은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편하고 좋았다.)
오리발을 끼고 자유형을 하니 무서울 정도로 속도가 난다. 몇 번 발로 휘적휘적하면 눈깜짝할 새에 25미터 풀 반대쪽 끝까지 와 있다. 뭔가 스스로 전지전능한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신 다리 근육이 빨리 피로해진다. 오리발을 신으면 물에 닿는 면적이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금새 숨이 찼다.
오리발을 벗고 자유형을 하니 몸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갑자기 왜소해지고 힘이 소진된 듯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느릿한 속도로 헤엄치면서 생각했다. 도구는 인간을 의존적이고 나약하게 만드는 걸까. 걸어서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시절에 살던 사람과 기차와 비행기로 오가는 사람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오늘도 수영을 마치고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귀에서 달그락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수영하는 것이 정말 좋다.
(20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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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싸이 미니홈피에 들렀다. 예전에도 거의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끔 일기장에 끄적이거나, 남이 찍은 사진을 퍼오거나 했다. 일기장을 들여다봤더니, 우와, 나 진짜 어두웠구나. 5년 전, 외롭고 쓸쓸하고 까칠하게 혼자 어둠 속에 서 있던 여자아이가 떠오른다. 그리고, 나 이제 이런 글은 다시 못 쓸 것 같아.
# by | 2009/11/02 12:28 | note | 트랙백 | 덧글(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