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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

요즘 가장 부러운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김비서'라고 답하겠어요.

그런 거 있잖아, 드라마에서 재벌집 아들이 가난뱅이 여자랑 눈이 맞아서는 이 여자 아니면 안된다면서 왕회장한테 막 반항해. 왕회장 아빠는 다른 재벌집 딸래미랑 중매시키려다가 선 자리에 끌고나온 아들이 싸가지 없는 태도로 일관하여 개망신을 당하는 거지. 분개한 회장 사모님이 가난녀 만나서 우리 아들한테서 떨어져 어쩌고 하며 수표를 던지는 동안, 아빠는 조용히 아들을 부르더니, 서류 꾸러미를 건네며 하는 말. 잠시 외국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너라. 내일 점심 비행기다. 출국 준비는 '김비서'가 다 해놨다. =========>이때의 그 '김비서'!!!

해외 나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비자 인터뷰에서부터 비행기 티켓팅까지 갖은 고난과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그 길고 지리한 과정을. 관광인 경우엔 무비자도 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집 아들딸들은 해외 나가시면 기본 1-2년씩 체류하시더라. 막, 석박사 과정도 같이 하면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면 김비서의 능력이 그토록 대단한 거야? 아님 그냥, 돈만 있으면 다 되는 건가.

암튼, 바보짓엔 돈이 든다. 시간은 물론이고. 김비서가 호시이!!! 이러면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외치고 있는 중. 진짜로, 김비서가 절실한 요즘이다.

by sarah | 2009/07/03 17:21 | note | 트랙백 | 덧글(2)

부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흔이 넘으셨고, 큰 병 없으셨고, 잠든 것처럼 돌아가셨다고 한다. 호상이라면 호상이고, 1년에 많아야 두어 번 뵈었던 것이 전부라 별다른 실감이 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돌아가셨다는 것, 두 번 다시 뵐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워낙 정정하셔서 백 살은 사실 줄 알았는데. 빈소를 지키는 일은 기본적으로 피곤하고 지루하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오늘의 엄마처럼 나도 언젠가는 고아가 될 거라는 사실을 자꾸 의식하게 되서, 그 점이 좀 슬프고 막막했다. 겨우 며칠 뿐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세상이 다 낯설고 이상해 보였다. 급박하고 중요해 보였던 여러가지 일들이 막을 한 겹 씌운 것처럼 좀 멀게 느껴졌다. 정말 묘한 기분이다. 사람은 진짜로 언젠가는 다 죽는구나.

by sarah | 2009/06/26 02:45 | note | 트랙백 | 덧글(0)

나경원

이번 달 엘르 부록이 에스티로더 갈색병이라던가? 에센스계의 레전드;;라고, 원래 이름은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컨센트레이트 리커버리 부스팅 트리트먼트.(이름 참...) 50ml 정품 가격이 10만원대니, 잡지보다 부록(7ml)이 더 비싼 셈이지만, 부록을 미끼로 잡지 팔아먹는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오직 부록 때문에 잡지 사는 사람도 많으니 사실 별 일은 아니다.
근데 유독 엘르 6월호가 화제가 되는 건 '대한민국 파워 우먼의 초상'이라는 주제로 화보 촬영을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나경원이라는 거다. 단독 모델도 아니고, 여러 명 중에 하나 끼어있는 것 뿐인데도, 왜 이리 거슬리고 찝찝한 지 모르겠다.

참고로, 화보 모델은 대략 다음과 같다.
장미란처럼 웃기/ 정명화와 오래된 첼로/ MCM 대표 김성주의 찬란한 유산/ 디자이너 지춘희의 봄날/ 톱모델 한혜진, 장윤주, 송경아/ 디자이너 우영미의 단단한 걸음/ 김연아, 우아한 고독/ 인순이, 여자, 가수/ 신영옥, 프리마돈나/ 공연연출가 이지나의 의미있는 질주/ 예술가 이불과 맞물린 세상/ 발레리나 강수진의 날개/ 나경원, 따뜻한 정치 / 김해숙의 레드카펫/ 문근영, 산다는 것,연기한다는 것/ 은희경, 소설처럼/ 이효리, 사랑가/ 앤디엔뎁 윤원정의 클래식/ 베인앤컴퍼니 대표 김연희의 오래 달리기/ 사진가 조선희의 카메라

'파워 우먼'이라는 어이없는 단어에 대한 즉각적인 거부감에다가, 이름들 옆에 붙어 있는 설명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보니, 난 아직 무심한듯 쉬크한 패션피플 되긴 먼 것도 같고.
아무튼, 나경원은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여자는 그저 엄친딸인 걸 넘어서, 김규항이 얘기했던 '그 페미니즘'의 살아있는 예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집안 좋고 얼굴 예쁘고 머리도 좋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딸을 키우는 헌신적인 어머니 이미지도 있다. 그런 여자가 왜 정치를 하겠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런 분은 그냥 잘나가는 전문직 "여성" 변호사로 에세이 몇 권 내고 문화센터에 강연이나 하러 다니면서 가끔 잡지에 인터뷰 좀 해주고 아침방송에 가끔 출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적당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 도대체 왜. 화보에 실린 나경원의 포즈에서 자연스럽게 백설공주에게 독 묻은 사과를 권하던 마귀할멈이 떠오르긴 했지만, 나경원은 그 마녀만큼의 목적의식도 없어보인다.

by sarah | 2009/06/11 13:58 | not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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