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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4

수영을 한 열흘 빼먹은 것 같다. 연휴라 계속 집에 내려가 있었고 몸 상태도 별로 안 좋아서 그냥 내리 쉬어 버렸는데 오랜만에 가니 조금 민망했다. 물에 풍덩 뛰어들어 간만에 물 속에 있는 기분을 즐기고 있는데, 같이 수영 강습 듣는 사람이, 오랜만이시네요-하고 말을 걸어왔다.

그동안 다른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주고받는 일없이 묵묵히 헤엄만 치고 끝나면 바로 샤워하러 나오곤 했다. 렌즈를 끼지 않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전혀 구분도 안가는데다, 스위밍수트 차림으로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건 상당히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거다. 지금까지는 기묘하게 어설픈 방식으로 집적대는 어떤 남자를 빼고는 다들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오늘은 오랜만이라 어색한 기분에 아는 척 해주는 게 조금 기뻤다. (게다가 그 기분나쁘게 구는 사람이 오늘은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편하고 좋았다.)

오리발을 끼고 자유형을 하니 무서울 정도로 속도가 난다. 몇 번 발로 휘적휘적하면 눈깜짝할 새에 25미터 풀 반대쪽 끝까지 와 있다. 뭔가 스스로 전지전능한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신 다리 근육이 빨리 피로해진다. 오리발을 신으면 물에 닿는 면적이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금새 숨이 찼다.
오리발을 벗고 자유형을 하니 몸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갑자기 왜소해지고 힘이 소진된 듯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느릿한 속도로 헤엄치면서 생각했다. 도구는 인간을 의존적이고 나약하게 만드는 걸까. 걸어서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시절에 살던 사람과 기차와 비행기로 오가는 사람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오늘도 수영을 마치고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귀에서 달그락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수영하는 것이 정말 좋다.

(20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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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싸이 미니홈피에 들렀다. 예전에도 거의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끔 일기장에 끄적이거나, 남이 찍은 사진을 퍼오거나 했다. 일기장을 들여다봤더니, 우와, 나 진짜 어두웠구나. 5년 전, 외롭고 쓸쓸하고 까칠하게 혼자 어둠 속에 서 있던 여자아이가 떠오른다. 그리고, 나 이제 이런 글은 다시 못 쓸 것 같아.

by sarah | 2009/11/02 12:28 | note | 트랙백 | 덧글(3)

Our killer will be screwed

...if I have the CSI Photoshop plugin. (출처)


경향닷컴: ‘꼬마 아이에게…잔혹한 로우킥’ 10대들 범행에 네티즌 분노


자, 이제 캡쳐는 했고, 저걸 enhancing 한 후 CODIS에 넣어 안면인식프로그램과 함께 돌려주기만 하면, 꼬마에게 잔혹한 로우킥을 날린 저 Unsub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다!

참 쉽죠?


......미드 수사물을 너무 봤다.
................근데 CODIS가 뭐더라?


+
내가 본 미드 중에 감시카메라 화질 향상시키는 첨단(!) 기술을 보여주지 않았던 건 The wire 하나 뿐. 역시 볼티모어 경찰은 가난해서 말이죠. (틀려!)

by sarah | 2009/10/27 12:52 | etc. | 트랙백 | 덧글(0)

가방검사 시간입니다.


내 가방이지만, 참 든 거 없다. 예전엔 빅백 아니면 못 들었다. 뭘 빠뜨릴까봐 항상 불안해 하며 큰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다녔다. (참고로 고등학교 때 내 별명 중 하나가 가출소녀. 가방 밑바닥에서 일주일 된 초코파이를 친구가 발굴한 뒤 얻은 별명이다.) 근데 이젠 큰 가방이 귀찮다. 동생이 시애틀에 있는 수공예품 가게에서 사다 준 저 가방 외에는 거의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이 들어간다.
지갑. 가지고 있던 지갑이 찢어져서 백화점 매대에서 대충 산 건데, 아무래도 헐지를 않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 파코라반의 기술력에 경의를 표한다. 들고 다니기 창피할 정도로 프린트 된 무늬가 너무 흉칙한데, 이젠 그저 체념 상태. 여러 지갑을 써봤지만, 이것만큼 튼튼하고 실용적인 지갑이 없어서 차마 바꿀 수가 없다.
아이팟터치 1세대. 운동할 때 드라마 보는 용도로 쓰고 있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어서, 터치를 쓰다보니 아이폰이 갖고 싶어서 몸살이 났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아이폰은 비싸서.
NDSL 주머니. 그러나 디카 주머니로 쓰고 있다. 쥴님이 카메라 넘기면서 끼워줬다. 이왕 주는 김에 스트랩도 좀 같이 줬으면 좋았을텐데.
거울. 눈썹이 자꾸 눈 속으로 들어가서, 오로지 눈썹을 빼내기 위해 가까운 가게 들어가서 허겁지겁 샀다. 몇 년간 요긴하게 쓰고 있음.
챕스틱 메디케이티드. 입술이 자주 터서 항상 발라줘야 한다. 멘솔이 들어간 버츠비와 챕스틱 메디케이티드를 애용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둘다 한국에선 안 판다. 아, 버츠비는 구매대행으로 살 수는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3-4달러인데 한국에선 만원이 넘는다는 것. 챕스틱 메디케이티드는 아예 팔지를 않고. 그래서 작년에 사재기를 해놨다. 마음이 든든함.
핸드폰은 그냥 공짜폰. 미국은 핸드폰 사용료가 한국보다 비싸다. 한국에서는 월 2만원이면 뒤집어 썼는데, 미국은 핸드폰을 자주 많이 쓸수록 유리해지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항상 전화를 하고 있다.

빅백을 즐겨 들던 예전에는 가방 욕심이 많았는데, 가방이 작아질수록 가방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이제 큰 가방은 거추장스럽기만하고, 특히나 가죽빅백은 무거워서 보기만 해도 뼈마디가 쑤신다. 한때는 나도 에르메스 캘리를 탐내던 꿈많은 소녀였건마는.

by sarah | 2009/10/21 13:34 | etc.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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